커피를 구성하는 98%가 물이기 때문에 물맛이 중요하다
이 말은 제대로 파헤쳐보면 틀린 말이다. 물에 대해 너무 단순화해서 생각했을 경우가 많고, 오히려 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수도 있다.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말해왔었기 때문이다. 물의 중요성을 알기는 했으나 진짜 무엇이 중요한지 몰랐던 과거의 나다.
사실 물에 대한 이해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편이다. 왜냐하면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학이 나오면 머리아파하실만한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커피 덕후들은 공학도가 많아서 이런 식과 공부할거리가 나오면 오히려 좋아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공부하고 글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직관적이지 않고 헷갈리게 만드는 용어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에 대한 다양한 실험들을 해왔었다.
물에 대한 세미나를 듣고, 책을 보고 직접 물을 제조해서 게이샤 전용 물을 만들어서 게이샤 커피를 판매한적도 있고 지금 매장도 ppm조절 필터를 써서 매장용 핸드드립 물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 입장에서 여러분들이 반드시 알아두면 좋을 정도의 내용을 여기에서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최대한 쉽게! 하지만 끝까지 유용하도록 한번 이야기해볼테니, 한순간도 놓치지 말도록!
물은 자석과 같다.
이것이 어쩌면 여러분들에게 굉장히 좋은 비유가 될것 같다. 물 분자의 구조와 공유결합으로 인해서 극성을 띠게 되고 음이온, 양이온을 당겨와서 용해시킨다라고 생각할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물이 소금을 녺일수 있는 이유가 자석처럼 소금의 구성성분들을 당겨와서 물에 녺인다고 생각해보면 좋을것 같다. 자석이 근데 철을 제외한 나무같은 물질은 당겨올수 없다. 이것과 동일하게 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물질들은 물에 녺일수가 없는것이다. 바로 지방같은 것들인데 커피의 바디를 구성하는 요소이니 이것도 기억해두면 다다음 커몬학습들에서 도움이 될것이다.
아! 커몬학습은 로스팅, 커핑, 에스프레소등까지 준비중이다!
(물분자에 대한 그림, 어떻게 녺이는지에 대한 그림)
물 자체가 증류수이더라도 충분히 커피의 성분들중에 극성을 가지는 성분들은 추출을 잘 해낸다.
예를 들자면 산미라던가 여러가지 향을 나타내는 성분들이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물이 좋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좋은 물과 커피 추출에 좋은 물은 다르다
흔히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좋은 물은 무엇일까?
떠오르는 생수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로 “에비앙"! 가장 비싼 물중에 하나인데 그래서 더 좋은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수도 있고, 물맛이 좋으니까 커피도 더욱 맛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수가 있다.
근데 현실은 완전히 반대다.
과제
에비앙과 삼다수를 사와서 똑같은 커피를 동시에 내린다. 종이컵 6개를 준비하고 아랫쪽에 에비앙 3개와 삼다수 3개를 적는다. 추출된 커피를 분배하고 섞은뒤 하나하나 맛본다.
만약 위 실험을 해본다면, 아마 큰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에비앙으로 추출한 커피는 대체로 산미가 줄어들고 바디가 강하게 느껴지고 삼다수로 추출한 커피는 다소 가볍고 산미가 잘 드러나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야 말로 물이 커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히 알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에비앙은 ppm이 300에 가깝고 삼다수는 30ppm에 가까운 거의 극단적으로 다른 물이다.
직접 마셔봐도 그 느낌을 조금은 느낄것이다.
처음의 나는 물에 미네랄이 많으면 커피가 잘 못 녹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반대로 물에 미네랄이 없으면? 물에 커피가 훨씬 잘 녹을것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에비앙은 덜녹아서 커피 맛이 뭔가 비어있게 느껴지고, 삼다수는 많이 녹아서 너무 산미가 쎄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반대였다.
쉽게 생각해보면 에비앙은 미네랄과 이온이 물에 많이 녹아있고 그것들이 커피 추출을 더욱 많이 일으키는 것이다. 자석이 더 많아진것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쉬울까?
반대로 삼다수는 커피 추출을 도울만한 이온이 그리 많지 않은 상태다.
이온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분쇄도를 몇칸씩 더 가늘게 하는것만큼이나 커피 추출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심지어 더욱 구석구석 커피의 모든 성분들에까지 모두 말이다.
근데 사실은 조금더 복잡한 편이다. 물을 이해하는 것과 물이 커피 추출에 기여하는 것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자.
최대한 쉽게 해보겠다.
PPM
여기서 우리는 먼저 한가지 개념을 더 배워야 한다. ppm이라는 개념인데 이게 생각보다 참 어렵고 복잡하다.
때로는 나도 지금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게 맞나? 싶은게 물이라는게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기도하고 눈에 잘 보이거나 직관적이지 않고 관념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번 시도해보자!
이것은 말그대로 100만분의 1이라는 개념인데,
물 100g에 1g의 커피가 있으면 1퍼센트이지만 물 1000000g안에 커피 1g이면 1ppm이라고 생각하면 좀 쉬울것이다.
그리고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 하나 나오는데, 보통 이 ppm이라는 기준점이 질량 단위다. 1g의 탄산칼슘 혹은 마그네슘 농도라고 생각할수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각 이온들의 반응도를 실용적으로 나타낼수 없기에 물의 ppm을 나타낼때는 질량이 아니라 반응도를 담은 개념으로 쓴다.
바로 그것이 모든 이온들의 ppm을 탄산칼슘의 분자량으로 치환해서 표현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그래서 1ppm이라는 개념이 반응도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볼수 있다.
그래서 모든 이온 마그네슘, 칼슘모두 탄산칼슘의 분자량으로 치환해서 사용한다.
그래서 그것을 커피에 어떻게 적용하는데???...
이제 다왔다..
플러스 마이너스
물에 대한 개념은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이해하면 조금은 쉬워진다.
음이온을 알칼리도로 많이 표현하는데 이것은 바로 탄산수소이온의(HCO3-)의 농도를 주로 의미한다. 이 이온의 ppm이 높아지면? 커피의 산미가 추출되어도 중화되어서 커피의 맛이 상당히 밋밋해지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추출이 많이 되어서 과다추출되었다와는 상당히 다른개념인것이다.
커피 맛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것은 바로 이 알칼리티다.
그래서 커피 추출용 물에서 알칼리도가 높으면 안되는 것이다.
아마도 에비앙이 알칼리도가 상당히 높은 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에 더해서 이제 양이온을 생각해보면 가장 크게 커피 추출에 기여하는 이온은 마그네슘과 칼슘이온이다.
둘중에서는 마그네슘이 커피 추출 반응도가 더 높아서 ppm이 적게 있어도 커피 추출에 더 많이 기여한다.
즉 커피 추출에 적절한 물을 설계할수도 있게된다.
무조건 이런 물이 좋아요라기보다, 가능하다면 우리 매장은 산미가 일정이상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이 든다면, 알칼리도가 다소 높은 물을 설계할수도 있는 것이고, 산미도 높고 추출도 많이 일으키고 싶으면 알칼리도는 낮은데 마그네슘과 칼슘이 높은 물을 설계할수도 있을것 같다.
영구경도와 일시경도
마지막으로 이 개념까지 이어가서 마무리 지어보자.
일시경도는 위에서 설명한 알칼리도를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이 성분은 스케일이 될수가 있다. 뜨거운물에서 양이온이 위에서 설명한 탄산수소이온과 만나서 탄산칼슘 → 스케일이 되는것이다. 그래서 일시경도가 높은 물은 에스프레소 머신에 문제를 일으킬수가 있다.
그와 반대로 영구경도라고 부르는 부분은, 이 일시경도에 포함되는 칼슘과 마그네슘이온에 추가해서, 즉 탄산수소이온과 모두 결함되고서도 남아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이온을 이야기한다. 이 성분이 너무 많으면 머신이나 금속 제품의 부식을 많이 일으킬수도 있다.
그래서 커피 추출을 제외하고도, 물의 성분 조성은 아주 중요하다.
결론
솔직히 말씀드려서, 현실적으로 여러분들이 일반 카페에서 할수 있는 일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일반적인 필터로는 불순물만 제거되는 편이고, 대부분의 이온들이 제거되거나 물의 조성을 바꾸는것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사장님들이 오해하는게 바로 이 부분이다.
우리 필터 좋은거 쓰는데요?
근데 그 필터들이 100만원 근처가 아니라면, 이온을 조절하는 경우는 없는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동네의 물 조성이 이미 많이 좋지 않다면, 커피 추출에 아주 불리한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추출용 필터는 우리도 사용하는
클라리스 프라임이라는 제품이다.
그외에도 브리타에서도 이런류의 제품들이 많이 나오지만, 아쉬운점은 실질적으로 커피에 영향을 주는 이온들을 조절할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