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커피들은 아주 쉽습니다. 그냥 마셔도 “멜론”과 “싱글몰트”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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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커피”
그러나 그 과정이 단 하나도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가공의 과정도 더 어렵지만, 이 커피가 커피 시장에 준 영향과 복잡한 상황은 전혀 쉽지가 않죠.
단 하나, 소비자들에게 쉽고 재밌는 경험을 주기는 합니다.
오늘은 단순히 가향커피라는 관점이 아니라, 무산소발효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무산소 발효”란 무엇일까요?
커피를 꽤 오래 하신분들이라면, 바로 이 파란색 통이 떠오를겁니다.
어떤 농장에서는 그냥 비닐에 넣어서 발효 하기도 합니다.
사실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발효를 하는 이 가공방식은 와인에서 주로 하는 방식이죠.
지금 우리의 생각처럼 어떤 향을 가미하기위한 가공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무산소발효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전해진 여러가지 흐름과 시대적인 맥락을 보면 우리가 왜 어떤 커피는 좋아하고
어떤 커피는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조금은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접했던 무산소발효는 코스타리카 무산소발효 였습니다.
이 커피를 처음 접한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CoE였습니다.
사실 최근 CoE 헤드 져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인공적인 무언가를 넣어 발효한 커피를 좋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CoE에 수상할수 있는 커피로 인정하지 않는것이죠.
하지만, 코스타리카 CoE와 콜롬비아 CoE에 무산소발효가 이제 막 나오던 시절에는 굉장히 혼돈스러웠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CoE상위 랭크에서 이런 커피를 꽤 접할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시나몬향이 정말 강력하게 풍기는 이 커피가 처음 나왔을때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커피의 향미, 혹은 노트란 녀석들은 대체로 화려합니다. 우리가 과연 저것을 커피 한잔에서 다 느낄수 있을까 싶을만큼
다양한 향들이 적혀있습니다.
CoE노트는 20개는 그냥 넘어갑니다.
마치 사람들에게 “니가 느꼈던 향, 그거 이안에 없으면 니가 잘못된거야.”
커피를 마시는 가이드를 제시한다는 느낌보다는, 우리는 실수하지 않았어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나몬!!!! 시나몬!!! 향이 완전 강력한 커피가 나오고 전세계 커피인들은 충격을 받게 됩니다.
마치 게이샤의 시작점과 비슷한 충격을 받게 되죠.
”신의 얼굴을 보았다”가 아니라, 정말 “시나몬을 보았어!”인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슬프기도합니다. 커피가 향미적으로 봤을때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깐요.
저는 이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무산소발효가 다음세대를 이끌어간다.
근데 그 이후로 몇년간 저는 솔직히 무산소발효 = 시나몬향을 만드는 가공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나몬향이 풍겨오지 않으면 다 실패라고 생각했죠.
그때 배운 향미가 “펑키와 와이니”입니다.
왜냐하면 무산소발효라고하며 만들어졌던 대부분의 커피가 시나몬향이 아니라 발효가 많이 된듯한 느낌을 줬거든요.
그렇다보니, 저도 모르게 이런 향미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게 되었습니다.
시나몬이 아니라 왜 ? 이런 시큼한 발효향이 나는거야.
다들 따라하기만 하고 실패하는구나.
그런반면 매년 커피 리브레에서 수입해오는 “푸에고”는 좋은 가성비에 시나몬향을 아주 잘 나타내주었기에, 이거지! 이게 무산소발효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코스타리카에서는 그들의 무산소발효는 “가향”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들어간게 아니라, 커피의 떼루아이고 그들의 가공방식덕분이라고 합니다.
제가 만난 에스테반은 다양한 점액질을 섞어서 그런 향미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진실을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안 넣었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엘파라이소가 나온것이죠.
이 또한 커피 리브레에서 수입한 커피로 저는 맛을 봤습니다.
복숭아, 자두, 레몬 같은 향을 집중도있게 만들어내던 그 커피는 또 한번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근데 그때의 느낌은 시나몬커피를 처음 맛봤을때의 느낌과 달랐습니다.
이거 뭐야?
이게 그냥 가공으로 가능하다고?
그때 같은 테이블에 몇십만원짜리 게이샤커피를 함께 커핑했었습니다.
근데 커핑결과는 모두 엘파라이소 리치, 플럼, 캐모마일을 선택했죠.
게이샤를 이겼던 겁니다.
그때 저는 재밌고 신기하면서도 공포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게, 내가 자신만만하게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던게 다 사실이 아니었던건가?
도대체 뭐가 진실이야?
이때부터 “투명성”에 대한 이슈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사 세스틱을 시작으로 농부들이 커피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투명하게 밣혀야 한다는 이야기들이죠.
근데 이게 또 무조건 농장을 욕할수만은 없는 시점입니다.
정말 우리는 모르기 때문이죠.
어떤 농장은 이제 완전히 공개적으로 커피 가공에 있어서 무엇이 들어갔는지 사진 자료까지 제공합니다.
근데 우리가 잘 알아야할 부분은 내가 향을 내고 싶은 과일을 단순히 함께 발효한다고 그 향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우리 생각보다 무산소발효는 농부들에게 아주 큰 모험이고,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는 것이죠.
물론 만들어진 커피에 오일몇개를 첨가해서도 엘파라이소 리치같은 커피를 만들수는 있겠지만,
진정으로 그들이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낸 결과물들을 폄하할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소비자를 속여서는 안되겠죠.
그래서 이 무산소발효는 더욱 교묘해지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는 수많은 어려운 단어들에 의해 혼돈이 더욱 커집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를지경입니다.
효모를 넣은건 괜찮고?
향미 에센스를 넣은건 안되나?
효모가 발효로 반응해서 향미 에센스가 만들어지고 그게 커피에 향을 만들어내면 그것은 괜찮은건가?
정말 애매모호합니다.
그래서 로스터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커피에는 딸기가 들어갔습니다.
멜론향을 만들기 위해서 키위를 넣었습니다.
싱글몰트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 베럴에 넣었습니다.
라고 이야기해주면 마음이 편합니다.
로스터들도 아무것도 모른체 농부들의 말만 믿고 커피를 구매했다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함께 가져가버릴수도 있으니깐요.
그래서일까요? 오히려 잘 설명해주는 농부들은 더욱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합니다.
예술작품과도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는 꽤나 많은 예술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있습니다.
피카소의 그림이 있고, 그것을 완벽히 똑같이 만든 레플레카가있다고 했을때 우리는 어디에 박수를 치게 되나요?
과학적으로 아무리 100%똑같다고하더라도, 우리는 복제품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무산소발효는 이런 기점에 있습니다.
오일 한방울로 만든 커피와 농부들의 시도와 도전으로 만들어진 커피가 완벽히 똑같은 맛과향을 가지더라도
그것은 똑같지 않습니다.
이번주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릴 커피는 2가지 입니다.
싱글몰트라는 커피는 안드레스라는 프로듀서가 제작을 했고, 이미 몇번 한국에 소개가 되었던 시리즈입니다.
메로나는 후안이라는 프로듀서가 제작한 커피입니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커피를 만드는 그들의 커피를 한번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메로나 가공 설명
잘 익은 체리를 선별해 세척한 뒤 무산소발효를 72시간 진행합니다. 이후 체리를 디펄핑하여 CM을 120시간 진행합니다. CM을 진행하는 과정은 스테인리스 맥주 발효조에서 진행되며, 24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모스토, 이스트 그리고 키위 주스를 넣어 총 96시간 발효합니다. 마지막으로 발효가 끝나면 커피를 안정화하기 위해 100시간 인공 건조로 완성합니다.
*싱글몰트 가공 설명
럼과 위스키를 베럴에 스프레이로 뿌려서 오크 배럴이 머금고 있는 향을 최대치로 올린 뒤, 유산소 발효시킨 체리상태의 커피를 디펄핑합니다. 점액질을 최소화하여 이스트와 함께 추가 발효를 진행합니다. 최종적으로 발효가 끝난 커피는 세척없이 허니 프로세스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Recipe
블랙로드에서는 2023년부터 One Coffee One Recipe 시스템을 도입하여 매주 여러분들에게
커피에 잘 어울리는 레시피를 추천드리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커피별로 몇가지 로스팅 포인트를 테스트합니다.
그리고 각 커피의 특성을 알아보기위한 블랙로드 디폴트 레시피를 적용해서 특성을 파악합니다.
그후 레시피 연구는 Tommy, 재혁, 창훈 바리스타가 각자 창의력을 발휘하여 제작후 여러사람들과 가벼운 대회겸 테스트를 통해 한가지 레시피가 선정됩니다.
(화요일 3~5시 사이에 놀러오시면 심사위원으로 참여가능하십니다)
에어로프레스 사용
과일향미의 커피들은 주로 높은 농도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줬었다.
그래서 다소 높은 TDS를 설계했고, 쉽고 재밌는 커피니까 그에 어울리는 브루잉 도구인 에어로프레스를 활용했다.
원두 : 18g / 물양 : 240g / 물온도 : 93도 /
말코닉Ek43 : 8 (블랙로드 분쇄도라 여러분 그라인더와 다를수 있습니다)
농도 : 1.6TDS
50g 30초
50g 1분
140g 푸어링 후 2분 30초에 프레스
단 끝까지 압력을 주지 않는다.
탁도가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오리가미사용, 칼리타웨이브 필터
20g / 280g / 93도 / 말코닉 7.3 / 1.45tds
120g ~35초
80g ~ 1분 20초
80g ~ 1분 50초
추출후반부 나오는 부정적인 톤들을 추출하지않기위해 추출비율을 짧게가져감.
더불어 추출시간도 짧게 가져가며 높은 농도감으로 향미인텐스를 높이기위해 가는 분쇄도를 사용. 농도감조절을 위해 초반부 많은물량투입.
Taste
두가지 커피 모두 엄청 자극적이지 않고, 커피다움을 꽤 유지하며 부담스럽지 않게 주제에 맞는 향들을 잘 드러낸다.
인상적인 점은, 메로나는 커피 가공에서 메론을 넣지 않고 메로나같은 향미를 유도해냈다는 점이다.
싱글 몰트는 한국사람들이 유독 좋아하는 과일향이 아니라 바닐라같거나 위스키같은 느낌을 만들어냈기에 보다 더 재미있는 커피다.
이 커피와 다른 커피를 블랜딩해서 마셔봐도 아주 재밌다.
TMI
메로나 Agtron
홀빈 : 80
그라운드 : 100
싱글 몰트 Agtron
홀빈 : 79
그라운드 : 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