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쇄도가 10에서 8로 바뀌는게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면?
커피 추출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게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조금만 공부를 해온 사람들은
당연코, 분쇄도라는 이야기를 많이 할것이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분쇄도에 대해서 이해하는 과정은 조금 더 복잡하고 오묘하다.
오늘은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이상적인 입자에 대한 상상
앞선 글에서 Even이라는 개념을 모두 배웠을것으로 생각한다. 잘 모르겠다면 다시한번 보고 오시길!
즉, 균질하게 추출한다는 생각으로 가보면 이상적인 입자는 분쇄했을때 모두 똑같은 모양으로 분쇄되는 상태를 의미할수도 있다. 아래 그림과 같이 !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똑같은 모양으로 분쇄가 된다면 바리스타들이 가질수 있는 이점이 2가지 있다.
첫번째는 더욱 가늘게 분쇄할수 있다. (더 높은 수율을 가능하게 한다)
두번째는 조금 더 원하는 맛과 향을 재현성있게 만들어 낼수가 있다.
왜 그런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자면, 공극률과 공극의 연결이라는 개념을 또 알아야 한다!
공극과 공극의 연결
그림을 보면, 입자들이 모두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져있으면 비교적 더 가늘어도 비어있는 공간과 공극들이 서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연결이 된다는 말은? 물이 흘러갈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개념은 사실은 핸드드립보다는 에스프레소에서 더욱 많이 적용되는 개념인데, 그 이유는 핸드드립이 물이 빠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설명한 클로깅이라는 현상 때문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말코닉 Ek43을 사용하면서 겪은 일이 하나있다.
SSP라는 더 균질한 입자를 분쇄할수 있는 커피 분쇄 날을 개발하는 회사가 있다. 그 회사의 기술력이 워낙 좋다보니 말코닉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양한 그라인더 회사들에서 이 회사의 날을 채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도 말코닉 EK43용 SSP의 분쇄날을 구매해서 한번 사용해보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에 가장 많이 겪었던 일이 생각보다 커피가 조금 연하게 느껴지고 물이 엄청 빨리 빠진다는 점이었다.
미분이 적게 생성되었을수도 있지만, 분쇄날의 개발 목적인 입자를 조금더 균질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본다면 어느정도 공극의 연결이 잘되어서 물 빠짐이 좋아지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볼수 있게 된다.
물이 빨리 빠진다면, 자연스럽게 더 가늘게 분쇄해서 사용할수도 있다.
고수율 커피를 만드는것에 더욱 유리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원하는 맛과 향을 더욱 더 잘 재현해낸다는 개념은 입자의 모양과 동일하게 연관이 있다. 입자가 균질하지 못한 그라인더들은 말그대로 내가 의도하지 않은 다양한 입자들이 모두 분포하고 있다는 뜻일수도 있다. 즉 평균수율의 분포가 너무 넓게되어 버리면 의도한 맛을 예리하게 표현하기보다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이 골골루 나오게 될수 있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더 맛있다라기보다, 의도한 맛을 나타내는것에는 균질한 입자 분포가 상당히 유리하다.
입자 분포에 대한 그래프 읽기 (그래프그림)
우리의 머릿속에서 분쇄 입자는 항상 단순한 숫자로만 떠오른다. “11로 분쇄" 혹은 “9로 분쇄"했다고 이야기하면 왠지 딱 그 수치만큼 분쇄도가 조절되는 이미지인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분쇄도는 단순한 수치로 혹은 모두 똑같은 모양으로 정량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 매우 복잡한 그래프의 형태로 존재한다. 아래와 같이.
그래프는 X축은 입자의 크기를 나타내고 Y축은 해당 크기 입자의 분포 비율을 나타낸다. 그래서 피크의 폭이 좁을수록 더 비슷한 크기의 입자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되는데, 완벽히 이상적인 형태의 입자는 현실세계에서 불가하지만 그나마 이상에 가까운 형태가 피크의 폭이 더 좁은 것이라 생각하면 될것 같다.
두가지 피크에 대한 해석
커피 입자에 대한 이해를 더욱 예리하게 하기위해 우리는 먼저 표면적 이론에 대해 한번 생각해봐야한다. 왼쪽의 피크는 정말 미세하게 작은 미분의 영역이라면 오른쪽 부분은 우리 눈으로 구분이 되는 다소 큰 입자의 분포다.
그래프에서 100미크론 이하를 주로 미분이라고 많이 표현한다.
아래 그림을 다시 참조해보자.
미분그림
같은 질량이라도 입자의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물과 접촉하는 표면적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그래서 큰 입자의 균질성보다 미분의 균질성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말인즉, 그래프에서 오른쪽에 있는 큰 입자의 분포도보다 100미크론 이하의 미분들의 입자 분포도가 상당히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 추출에서는 이 미분의 피크가 굉장히 중요해 진다.
자 그렇다면?
우리가 그라인더에서 조절하는 다이얼은 어디에 영향을 줄까?
사실 이 다이얼에 바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부분은 큰 입자의 피크다.
다이얼을 적게 조절하면 큰 피크 부분이 적은 방향으로 조절이 되고 다이얼을 크게 하면 피크가 큰 부분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프 그림을 예를 들어서)
그리고 미분의 영역은 대체적으로는 고정되어있는데 날의 모양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그라인더가 중요한것이다.
미분의 조성은 우리가 조절하는 입자다이얼보다는 이미 날의 형태로 정해진것이기에...
몇가지 분쇄에 대한 Tip
원두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미분이 덜 나오게 된다. 쉽게 생각해보면 커피 원두가 차가워지면 팝콘 같은 상태가 되고 따뜻해지면 젤리같은 상태가 되어서 미분이 덜나오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매장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할때 가장 극명한 영향을 주게 된다. 추출을 많이 하게되는 바쁜 매장은 계속 추출하다가보면 에스프레소에서 채널링이 엄청나게 발생하게 된다. 그 원인이 바로 분쇄 날이 열을 많이 받으면서 원두를 분쇄할때 미분이 덜 생성되고 에스프레소 퍽의 저항을 줄여주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원두를 차갑게 얼리고 분쇄하면 미분이 많이 나오게 된다.
이런 점은 매장의 온도가 커피 추출에도 어떤식으로 영향을 줄지 한번 추측해볼수있게 한다. 차가우면? 커피가 진해질수 있고 따뜻하거나 습하면 커피가 조금 연하게 나올수있게 된다.
이것과 비슷한 예로 디카페인 원두는 가공의 공정으로 인해서 미분이 더 많이 나오는데 (잘 부스러진다) 그로인해서 같은 분쇄도에서 추출 시간이 훨씬 느려지는 편이다.
항상 우리 예상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 알게되는 즐거움이 있다.
일할때는 모르지만, 커몬학습을 통해 여러분들의 커피 라이프가 조금더 좋아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