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겠지만.
얼마전 한 카페 사장님이 연락이 오셨습니다.
”사실 제가 저희 동네 주변 카페에서 납품을 받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까 맛이 계속 변하더라구요.
근데 블랜딩에 들어가는 커피는 그대로입니다”
카페를 오픈할때 정말 큰 돈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몇번 망할것 예상하고 하시는분은 잘 없습니다.
하지만 원두 선택을 너무 쉽게 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 글은 아마도 로스터리들에서는 불편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같이 더 좋은 커피를 공급해서 한국 커피 시장을 발전시키는것에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글을 써봅니다.
첫번째 조건 블랜딩의 내용물이 지속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제가 만나온 100개 이상의 카페 사장님들은 커피가 늘 똑같은 맛을 내는 기성품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나, 편의점에 판매되는 과자와 같이 말입니다.
커피는 농작물입니다. 생두는 매월 지속적으로 맛과 향이 변해갑니다.
예를 들자면 같은 과테말라 와이칸이라는 생두를 1년간 사용한다면 처음 1개월과 후반 1개월 커피의 맛은 완전히 다릅니다.
사장님들은 재료가 똑같아야 맛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는데, 반대입니다.
재료가 바뀌어야 맛이 유지됩니다.
두번째 조건 블랜딩의 종류가 너무 많으면 안된다.
솔직히 이것은 블랙로드의 부족함때문일수도 있습니다만.
블랜딩을 만들어보면 하나를 잘 유지하는것도 쉽지 않습니다.
블랜딩의 맛을 유지한다는것은 단순히 로스팅을 잘하고 좋은 재료를 쓰는것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좋은 가격과 충분한 양을 안정적으로 구매하고 소싱할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것이죠.
저는 돈이 많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돈이 많았던것도 아니고 자본금을 많이 벌고 시작한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매월 단위로 블랜딩에 들어가는 커피를 구매해야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생두 수입 업체에서 그 커피가 솔드아웃이 되면 저희는 갑자기 새로운 커피를 찾아야했습니다.
이런 현실은 저희에게나 커피를 쓰고 있는 카페에나 큰 모험인것이죠.
한가지 블랜딩을 유지하기위해서는 최소 3개월의 재고를 보유해야하는데 그럴려면 창고나 시설이 꽤 커져야 합니다. 근데 몇가지 블랜딩을 만든다? 훨씬 큰 창고가 필요할겁니다.
그리고 재고 관리가 잘 안될거에요.
그래서 블랙로드에서는 탄탄한 블랜딩을 하나만 잘 만들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블랜딩에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가 3개라면 각각 재고를 잘 보유해야하고, 그 커피가 사라지기전에 혹은 퀄리티가 떨어지기 전에!
각 커피와 캐릭터의 잘 맞는 새로운 커피를 셀렉해야합니다.
더 어려운점은 심지어 똑같은 커피가 뉴크롭으로 들어와도 퀄리티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같은 케냐 캄완기 AA여도 2023년 버전과 2024년 버전의 퀄리티가 다릅니다.
그래서 납품을 받으시는 여러분들께서도 커피의 이름에 집착하지 마시고,
커피의 퀄리티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세번째 조건은 사장님들이 로스터리의 팬이되셔야합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카페는 좋은 커피를 판매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럴려면 사장님들께서 그 커피를 좋아해야합니다.
함께하는 로스터리의 팬이셔야합니다.
그러면 그런 느낌이 자연스럽게 손님들에게도 전달이 되는것이죠.
커피는 다분히 심리적인 음료입니다.
맛 자체가 애매모호합니다.
”딸기” “바나나”같이 마시자마자 떠오르지 않는게 커피이다보니,
판매하는 사람의 태도와 매장 분위기, 바리스타의 전문성에 따라서 커피 맛이 너무나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나서 제가 주로하는일은 커피 맛은 기본으로 좋아야하고,
블랙로드가 고급커피를 판매하고 탁월한 전문성을 가진 브랜드가 될수 있게 노력하는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분들의 커피 맛에 영향을 줄테니깐요.
네번째로는 너무 가격이 싼 커피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은 기준이 조금 다를것 같습니다만, 이런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여러분들이 커피의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카페라면! 입니다.
실제로 너무 가격이 싼 커피들은 커피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패스트 크롭이라던가, 정말 가격이 싼 브라질 커피라던가,
로부스타가 섞여있다라던가 하는식으로 말입니다.
싼 가격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 커피 시장의 적정 납품가격은 20000원 - 40000원사이입니다.
한잔으로 치면 2만원에서 4만원짜리 커피로 바꾸면 한잔에 200원정도 원가가 비싸집니다.
한잔에 백원을 더 투자하면 커피 퀄리티가 2배가 더 올라갈수 있는것입니다.
수많은 저가형 매장들이 즐비한 이 시장에서 개인카페들이 갖춰야할 덕목은 퀄리티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커피를 판매하는 곳에서 직접 맛을보고 그분들을 만나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커피의 맛과 철학을 어느정도는 이해하셔야 여러분들도 더 정확하게 커피를 추출할수 있을것입니다.
이런부분들이 갖춰진 업체라면 너무 여러업체 비교하지 마시고
함께 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기본이상이 갖춰진 로스터리들은 왠만해서는 좋은 커피를 판매합니다.
중요한것은 서로간의 “신뢰”입니다.
여러분의 커피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